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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ptic park

그 마부

네이선은 불쌍한 인간이다.

이에는 워린도 동의할 것이다. 멀베리와 모스는... 글쎄. 그들이 뭔가 동의하는게 있다면 춤 추는 것은 즐겁다와 얌전히 있으면 앤이 풀어준다 정도겠지. 아무튼간, 다시 한번 말하자면 네이선은 불쌍한 인간이다.

 

10년간 마부석애서 벗어날 수 없었고, 쉽게 말을 거는 이들도 없다. 있더라도 그가 직접 쳐내서 아무도 그에게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그에게 남은 것은 그 빌어먹을 담요와 빌어먹을 역마차 뿐이었다. 정말로! 그에게 남은게 있을리가 없었다. 사랑했던 그의 연인도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왜인지도 모른다. 그게 제일 비참했다. 그 흔적을 지워버리고 싶어도 네이선은 이 마차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벗어나려고 하면 지독한 고통이 온 몸을 파고 들었다...

 

그래서 그는 꿈을 꾼다.

마부석에 몸을 뉘고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허공과 허상이 네이선에게 남는다. 그리고 조금 더,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면... 그는 모든걸 얻었을 때의 꿈을 꾼다. 데일도 다시 그의 곁에 있고, 그는 더 이상 마부석에 앉아있지 않아도 되며, 조금 자랐나 싶던  수염도 깔끔하게 면도할 수 있었다. 꿈 속에서 그는 자유였다. 그는 사랑을 했고,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 눈을 뜨면 해가 뜨고 있었다. 붉은 빛이 떠오르며 적막과 암흑을 깨부쉈다. 지독한 악취가 나는 붉은 빛이다. 네이선에게 그 붉음은 피보다도 지독했다.

 

꿈에서 깬 뒤의 현실이 어찌 이리 잔혹한다. 네이선은 마부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당장에라도. 이 정해진 역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럴 수 없었기에... 네이선은 담요에 몸을 파묻고 웅크렸다. 10년 전에는 여기서 제가 사랑하던 향이 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그가 증오하는 향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역마차가 조금 흔들렸다. 네이선이 손을 뻗어 고삐를 잡았다. 말들이 보챘다. 싫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전부 아무 의미도 없다.

해야 져라.

해야 죽어라.

해야 가라앉아라.

해야 그저 네 빛을 꺼 버려라.

영원한 어둠을 내게 주어, 영원한 꿈과 빛을 내게 안겨주어라.

제발 내게.

네이선은 아무도 들을 수 없게 흐느꼈다. 다만 그 흐느낌은 말발굽소리와 바퀴소리로 인해 네이선 그 본인조차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제발 이라며 밤이 오길 비는 그 목소리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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