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린에게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큰 의미가 없었다. 딱히 맛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고, 그것으로 쾌락을 얻지도 않았으며, 무언가 중독 증세를 보이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가 지금 이리 담배를 피우는 것은 그게 좀 더 '카우보이'같아 보일 법한 행동이라 생각해셔였다. 쉽게 말하자면, 그냥 분위기 내기 같은 것. 이전에 리아가 선물해 준 담배와 유사하게 생긴 것이 담긴 케이스만 해도 그랬다. 그리고 미첼이 간혹 보던 서부 드라마인지, 그라마인지에 나오는 것에서도 인간 카우보이는 담배를 피고 있었다.
워린이 숨을 들이켰다.
매캐한 연기는 인간이 아닌 몸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은 채로 다시 빠져나갔다. 후우, 숨을 내뱉자 흰 구름같은게 만들어진다. 그 모습이 괜히 우스워 그는 킥킥 웃었다. 다시 숨을 들이키고, 내쉰다. 일련의 행위는 이제 지루하기까지하다. 이 모습을 데일이 본다면 굉장히 화를 낼게 분명했다. 이전에도 담배를 피는 다른 인간에게 화를 내던 모습을 보았으니. 워린은 담배를 바닥으로 떨어뜨려 부츠의 뒷꿈치로 비벼 껐다. 마지막 연기가 옅게 올라왔다.
" 카우보이? "
또 머저리 미첼이 찾는 모양이군. 워린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저를 부르는 이는 리아였다. 왜 부르냐는 듯한 시선에 리아는 워린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답을 내놓았다.
" 담배 냄새가 나길래. 어린 애들이 자주 다니는 곳인데 누가 담배를 피나 싶어서... 흡연자였니? "
그 말에 잠시 워린은 표정의 제어를 잃었다.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이기도 했고, 나쁜 행동을 들킨듯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금방 표정을 복구한 워린은 고개를 기울였다. 잘 모르겠는데? 능청스럽고 뻔뻔한 행동에 리아는 고개를 내저었다. 카우보이, 너 일단 탈취제를 좀 뿌리는게 좋겠다. 미첼에게 하나 있을거야. 네게 빌려줄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서 냄새가 나나? 워린은 제 카우보이 복장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그러나 알기 힘들었다. 인간의 몸을 닮은 이것은 후각이 주변 상황에 쉽게 적응한다는 특성까지 닮으버린 탓이었다. 워린이 다시 고개를 기울이자 리아가 고개를 내저었다. 일단 가자. 미첼이 네가 여기 있는걸 알면 엄청 화낼거야.
" 그래서, 담배는 무슨 담배였어? "
발 밑에 밟혀있던 터라 무슨 담배인지 못봤다며, 다음에 선물로 사주겠다고 말하는 리아에 워린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정말 무슨 담배인지 몰라서였다. 지나가던 행인의 담배를 빤히 보고 있으니 그 행인이 그쪽도 필거냐면서 하나 쥐여주었을 뿐. 워린이 답할 것 처럼 보이지 않자 리아는 더 궁금해진 듯 아쉬워했다. 한번 어떻게 생겼는지라도 보면 알텐데. 지나가듯 하는 말에 워린이 리아의 얼굴 앞에 불쑥 제 얼굴을 들이 밀었다. 리아가 주춤 뒤로 물러섰다. 리아가 채찍을 쥐기 위해 팔을 슬그머니 움직이는 것을 보며 워린은 유쾌해졌다. 고작 그것으로 나를 저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다니, 깜찍하고도 유쾌했다. 그는 그저 궁금했을 뿐이다. 담배의 맛을 보면 무슨 담배인지 알려나? 호기심의 전염이었다. 워린은 리아에게 얼굴을 더 가까이했다. '먹이'도 줄 겸. 나쁘지 않지.
그리고 입을 맞췄다.
채찍 바로 위, 허공 10cm쯤 떨어진 곳에서 리아의 손이 멈췄다. 눈이 크게 뜨이고, 제가 지금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파악하려는 것 같았다. 불쾌하고 비린 맛이 나는 혀가 리아의 입 안을 쓸었다. 이건 키스인가? 하지만 리아는, 이건 '키스'라기 보다는 뭔가를 넘겨주는 행위에 가까워보였다. 비리고 역겹다. 리아는 살면서 이런 맛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도통 삼킬 수도, 더 이상 입에 담고 있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카우보이는 샐쭉 웃으며 입을 떼지 않았다. 좀 떨어져! 리아가 인상을 구기며 발로 차자 워린은 순순히 떨어져나갔다. 검은 침이 흐르는 입가를 옷소매로 닦은 워린은, 샐쭉 웃었다. 리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워린의 침을 뱉었다. 미미한 담배맛이 혀에 남았다. '먹이'를 주기엔 양이 역부족이겠군. 워린은 살짝 아쉬운 마음으로 조금 더 뒤로 물러났다.
" 나 너한테 화났어. "
리아가 명백하고 단순하게 제 의사를 표현했다. 억지로 키스를 하다니. 정말 최악이었다. 카우보이가 인간이 아니어서 그들 사이의 윤리적 문제 같은 것을 잘 모른다고 하여도, 그것과는 관련없이 리아는 아주 기분이 나빴다. 다만 그런 리아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는 워린은 몸을 굳혔다. 화나? 왜? 어째서? 그는 놀이공원에서, 축제장에서, 그리고 그 전에도 서로 입술을 맞추는 인간들을 여럿 보았다. 그들은... 그들은 입을 맞추고 아주 행복해보였다. 그런데 리아는 왜 아니란 말인가? 인간이 아닌 워린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데일에게 물어보면 지랄을 떨텐데. 워린 뭘 고민하건, 리아는 돌아가서 입을 행궈야겠다 생각하며 미첼에게 워린의 위치를 알렸다. 워린이 리아에게 팔을 뻗어 허우적거리면서 미첼에게 질질 끌려가는건 순식간이었다.